기술 블로그를 쓰기 싫었던 건 아니고….
요즘 하고 있는 생각들을 조금은 정리 해놓고 후에 되돌아보기 위해서 끄적여보려고 한다.
이렇게 글이라는 걸 쓰는 게 참 오랜만이다.
왜 개발자야?
참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왜 개발자가 되었냐고. 그리고 나 또한 많은 개발자들을 만나면서, 항상 먼저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뭐가 그렇게 궁금했을까. 나와의 공통점을 찾고 싶었던걸까,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서였을까.
“무슨 일 하세요?” 라는 질문에 개발자라는 타이틀이 그저 멋있어 보였고, 카페에서 검은색 화면에 영어를 쓰는 모습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 실력만 있고 열정만 있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해서 일할 수 있다는 이점, 매일 공부를 해야하고 지식 습득의 재미를 평생 느낄 수 있다는 점 등.. 매력포인트들이 참 많았다.
나에게 천직인 줄 알았다.
그렇게 만 4년5개월의 장정끝에, 내가 이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처음으로 들었다.
개발자라는 타이틀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귀찮아졌고, 더이상 카페에서 작업을 하지 않으며, 회사의 서비스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어야하며, 공부와 일 말고도 신경쓰고 할 일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30대 중반의 나이, 숨 막히는 지식의 경쟁과 퍼포먼스 향상의 압박의 환경에 노출 되어버렸다.
이제 현실을 알게 된걸까, 아니면 불평이 많아진걸까.
그래서 그만하게?
뭐, 여전히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재밌긴하다. 어릴 때 부터 만들기를 좋아해서 이런 부분은 내가 아는 내가 맞는 것 같다.
스트레스 요인들을 하나씩 하나씩 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참 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내가 그닥 “꼼꼼하지” 못하다는 것에 꽂혀버렸다.
동료들의 피드백들과 지난 날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항상 드는 아쉬움이었다.
“내가 조금만 더 꼼꼼했더라면.. 조금만 덜 게을렀다면..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남과 나를 비교해서였을까, 나의 발전을 위한 피드백을 만들어내기 위함이었을까.
동일한 셀프 피드백들이 쌓여왔지만, 전혀 개선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단점 개선보다는, 되려 극단적으로 다른 직업에 눈이 돌아갔다.
플랜B에 대한 회귀현상이랄까..
내가 어떻게 독학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이 시점에 그걸 다시 해야하다니….
그래서 어떡하려고?
최근에 본 면접을 통해서(모르는 척 해주세요.) 개발자라는 직업을 통해 인생에 기억에 남을 큰 좌절감을 맛보았다.
평상시에 부정적인 생각에 잠기지 않으려고 최대한 빠르게 털어버리는 편인데, 그날 만큼은 많이 힘들었다.
좌절감을 만들어낸 나의 부족함으로 이직을 해봤자, 잠시 잠깐의 회피일 뿐 결국은 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나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그려지니, 지금 당장의 이직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보였다.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기권을 해버렸다.
뭐 그래도 1~2시간만에 털어버리긴 했다. 그래야했기 때문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하던 한번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주어진 시간내에 열심히 일해보자는 의지가 생기긴했다.
관성에 의해 단기간의 나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평생의 숙제로 의식적인 훈련을 하는 나로서, 나를 믿어주기로 했다.
이번만큼은 벌떡 일어서서, 어떻게든 헤쳐나가보려고 한다.
그럼 개발자로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내가 나를 믿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액션 아이템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주변에 일 잘하는 사람들의 방식을 따라 해보려고 한다. 자존심이고 뭐고 모르겠고, 일단 따라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나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아서, 나 자신을 푸시해보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
뭐 모르겠고, 내 자신을 응원해줘보자. 일단 해보자.
‘개발자’라는 직업으로 나의 단점을 명확히 알게 됐지만
이 글을 다시 읽을 때 쯤에는, 단지 개발자로서 더 발전된 나보다도
어떤 일도 꼼꼼히 할 수 있는, 앞으로 나를 기대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